지난 달, 장곡에서 홍동가는 논길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문득 지나간 세계라는 말이 떠올랐다. 지나간 세계라고 발화해보았다. 지렁이가 눈 앞에 있어 밟기 전에 재빨리 피했다. 지나간 일들이 계속 머리 속에 떠오른다. 지나간 시간들이 계속 머리 속에 떠오른다. 길가에 나온 지렁이처럼 계속 기어나온다. 이번 달 어느 날, 장곡에서 홍동가는 논길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밟혀 납작해진 뱀을 만났다. 뱀 역시 세계와 시간처럼 길가로 기어나왔다. 그러다 밟혔다. 그 다음주, 뱀이 있던 자리를 살폈다. 밟히고 밟히다 뱀은 사라졌다. 방에 누워 있는데 노을빛이 창가를 넘어와 벽에 네모를 만들었다. 네모는 붉어지다가 흩어졌다. 마치 뱀처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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